끝나지 않을 유우머

여행은 꼭 이런 사람과 함께 가야 한다.

로일남 2020. 11. 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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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여행이라, 생각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어디로 갈 지 계획을 정하는 것부터, 숙소는 어디로 잡을지 목적지에는 어디가 맛집인지를 찾는 것도 그저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척 즐겁다. 일상에 지쳐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쳇바퀴처럼 제자리를 빙빙 도는듯한 삶을 살다보면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재는 먹고사니즘에 쫓겨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점점 감가상각되는 늙어가는 내 젊음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통장잔고를 쌓기 위해 잠시도 마음편히 일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큰 마음먹고 떠나기로 한다 해도, 기껏해야 금요일 저녁까지 이용한 주말을 통틀어 이박삼일 정도가 내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이다.

그러다보니, 기껏 시간을 쪼개 예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지역에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어디서 무슨 음식을 먹을지를 철저하게 계획하게 되고, 몇 시쯤엔 어느 명소를 가야 하고, 에어비엔비 숙소는 몇시까지 체크인을 해야한다는 급한 압박감에 마치 여행이 잠시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피난처가 아닌, 아깝지 않게 즐거운 연휴를 알차게 보냈다는 것을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한 일련의 해치워버려야하는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물론 그것만으로도 좋지만). 일상을 떠나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잠시나마 힐링을 하기 위한 여행이지만,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을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느낌이다. 언제쯤 정말 세상 걱정 없이 진정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글귀를 봤다.

출처 : 트위터

대학생 때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여행을 한달여간 한 적이 있다. 다시는 못 올 정말 마법같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잘못된 길 같은 건 없었다. 내가 가는 길이 여행길이 되었고, 처음보는 산과 들과 바다 풍경이 나를 설레게 했다. 물론 그때는 혼자였고, 지금은 대개 가장 소중한 이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바쁜 일상을 쪼개 최대한 예쁜 곳으로 다니고, 가장 예쁜 숙소에서 자고, 가장 맛있는 걸 먹으며, 최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며 지내고 있다. 그러다 다가오는 월요일이 늘 서로 아쉽기만 하다.

부우우웅 어디론가..


가끔은, 숙소 체크인 시간을 생각지 않는, 밥시간이 되면 근처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라도 들어가 그냥 당장 먹을 수 있는 거친 음식을 먹어가며, 다가오는 월요일을 걱정하지 않고 계획한대로 여행을 하지 않고,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길로, 처음보는 낯선 길을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아는 이 없는 곳으로, 잠시 나를 잊고 발 닿는 대로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길 잃으면 “헐 여기가 어디야 ㅋㅋㅋ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하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해보고 싶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서둘러 뭘 먹고, 어디서 잠을 자고, 어딜 들렀다 어딜 갔다 오는 그런 바쁜 여행이 아닌 나를 잊고, 너를 잊고, 세상을 잠시 잊은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요즘이다.

언젠간의 자유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있는 삶을 너도 나도 함께 살고 있다. 당장에 다 때려치고 자유로워지거나, 그게 아니라면 정말 빠른 시일 내에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힘을 내봐야겠다. 언젠간 저런 여행을 꼭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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